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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행태’ 설문, 20년 실수 수정한 국민건강영양조사

  • 관리자 (wco7)
  • 2021-06-10 1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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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 안되는 사람을 찾아라, 2019 국민건강영양조사
조사문항 바꾸기 제안한 한양대 강보승 교수 “정부 인식 바뀌는 시작”

“맥주 1잔 정도 소량의 음주로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입니까?”

2019년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시데이터가 공개된 후 이처럼 맥주 1잔이나 소주 1잔만 마셔도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인지를 묻는 질문이 추가됐다.

주량이 약해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 속에 술을 분해하는 능력 자체가 없어 애초에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람을 찾기 위한 설문이 추가된 것.

알코올이 인체에 흡수되면 알데히드라는 성분으로 바뀌게 되는데, 알데히드를 분해할 수 있는 것이 ‘알코올 분해 2번 효소’이다.

한국인의 약 30%는 이 효소가 유전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 효소가 약한 사람들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알데히드 수치가 높아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술 한 두 잔에도 금새 얼굴이 붉게 되는데, 때문에 국민건강영양조사 설문을 통해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

그런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이같은 질문이 포함되기까지는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의 역할이 컸다.

술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학교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 술 한 잔의 의학’이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강 교수의 아이디어와 끈질김이 없었다면 지금도 국민건강영양주사가 주량 정도를 파악하는 조사에 그쳤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강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술을 적당히 마시면 뇌경색을 예방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의학상식이 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약 30%는 체질상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자신들이 그런 체질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의학상식을 믿고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체질상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음주행태 관련 질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를 알아보는 방식의 질문만 있었는데, 이같은 질문은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외국의 경우 술을 안먹는 사람은 말 그대로 ‘술을 먹을 수 있지만 안먹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술을 안먹는 사람의 상당수가 ‘술을 먹을 수 없는 체질이라서 안먹는 사람’인데 (본인도 이를 잘 모르고)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소규모 연구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약 30%는 술을 마실 수 없는 체질이다. 이런 사람들은 술을 소량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런 내용을 예전엔 저도 잘 몰랐고 의사들도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이런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상식이 퍼지고,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이 상식에 따라 술을 적당히 마실 경우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강 교수는 지난 2017년 1월, 당시 질병관리본부에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동서양 차이를 반영한 새로운 음주행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냈고 질본은 같은해 12월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답변 후 실제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알 수 없었는데 최근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시데이터 공개 후 관련 문항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음주 영향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나 보고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인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 중 술을 마실 수 없는 체질을 찾아내는) 새 질문이 포함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지난 2015년 신경학 교수들이 세계적인 의학잡지 ‘뉴롤로지(Neurology)’에 ‘술을 적당히 마시면 뇌경색을 예방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같은 연구들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어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시작된 후 무려 20년 동안 잘못된 설문을 하고 있었다"며 "의료계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2019년부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음주행태 관련 설문이 바뀐 것이 향후 제대로 된 음주문화 정책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강 교수는 "방송 등을 통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비주류다. 의료계 밖에서 일반인들에게 음주 관련 제대로 된 사실을 보급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통해 관련 캠페인 등이 벌어지면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람들’에 대해 주류 혹은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시작으로 의료인과 정부 모두 제대로 된 음주행태와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원문정보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1497

 

원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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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곽성순 기자 
  •  
  •  입력 2021.06.10 12:48
  •  
  •  수정 2021.06.10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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